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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조조 맹덕 2017. 5. 7. 20:46


저자       Bill Bryson

옮긴이    이덕환

출판사    까치



인류의 역사, 혹은 문명의 역사를 기술한 책인 줄 알았는데 펼쳐 보니 과학 도서였다. 인문학적인 관점과는 다른 의미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신선했다. 평소 과학도서는 잘 보지 않는 편인데, 관련 독서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문자 그대로 '모든 것'에 대해 다룬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은하와 태양계, 지구의 탄생, 생명의 시작 등. 각 주제가 하나의 책으로 다룰 수 있을 만큼 방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할 것 같은데, 이를 과학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핵심적인 내용만 뽑아 작성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저자의 이 방대한 과학 지식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수준으로 풀어 쓰려면 적어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져야 할텐데.. 천문, 물리, 생물, 지구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었다는 뜻이 아닌가? 또한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전문가와 그 이론을 소개하고, 과학계에 끼친 영향력과 발전 과정, 그리고 단점까지 모두 짚어준다. 많은 과학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들의 생각을 소개하여 현재 과학계가 어디까지 와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많은 내용을 소개하지만 마지막 결론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이다. 지난 세월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여전히 알고 있는 것이 지극히 적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우주가 언제 생겼는지도, 지구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지도,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 인류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그 이후로 뉴마드리드는 조용했지만, 같은 장소에서 그런 지진이 다시 일어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그런 지진은 벼락이 치는 경우처럼 아무렇게나 일어난다. 다음에는 그런 지진이 시카고, 파리 또는 킨샤사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아무도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판 내부의 지진이 무슨 이유로 일어날까? 땅 속 깊은 곳의 무엇 때문일 것이다. 그 이상은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다' 이런 표현이 여러 차례 나온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실리는 내용 역시 현재의 '유력한' 이론일 뿐 사실이 아닌 것들도 상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 선생님들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문제를 내고 채점을 하지만 이것 자체가 틀린 것일 수 있다. 혹은 답이 여러 개일 수도 있다. 역시 지식 탐구란 끝이 없는 것 같다.


책 내용 중 우리가 여기에 존재할 수 있는 우연들이 특히 인상깊었다. 내가 여기 지구에, 대한민국에,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얼마만큼의 행운인지를 알 수 있었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우연이 필요한지.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지금보다 가까웠으면 모든 것이 끓어서 사라졌을 것이고, 멀면 모든 것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내부가 뜨겁게 녹아 있는 행성이라는 점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지구 내부에서 쏟아져나오는 기체 덕분에 대기가 유지되고, 우주선을 막아주는 자기장도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달이 중력을 이용해서 지구를 안정화시켜주는 덕분에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기울기로 안정적인 자전이 가능했다. 공룡이 과거 그 시점에 멸종되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되었거나 혹은 존재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우주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이벤트가 바로 그 때에 일어났기 때문에, 내 딸이 로보카 폴리를 즐겁게 보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걸 알게 되며 많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치열한 삶 속에서 잊고 살게 되겠지만, 종종 기억해내며 겸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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