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으로 읽는 종교 이야기

 

지은이   홍익희

출판사   (주)행성비

 

 

인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종교'의 발생과 그 영향을 읽기 쉽게 정리하였다. 종교의 시작은 '두려움'이라고 소개하며 서두를 시작한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극복하고 사막화현상 속에서도 살아남은 구석기시대의 인류는 자연현상 앞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인간의 나약함을 절감했다. 이는 자연스레 초월적인 자연과 자연현상에 대한 경외감과 경배로 이어졌다. 이처럼 인류문명사에서 등장한 대부분 종교의 원초적 형태는 자연과 자연현상을 숭배하는 다신교였고, 그 시작은 샤머니즘이었다.'   - page 33 중 발췌

 

인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무지, 자연 현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된 원시적 종교는 각 집단(혹은 부족)이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 인류가 정주민족과 유목 민족으로 나뉨에 따라 그들이 가지는 종교도 삶의 양식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띄게 되고, 초원 유목 민족과 농경을 위주로 하는 정주민 간 전쟁과 교류가 확산됨에 따라 종교 또한 많은 교류가 일어나게 된다.

 

'정주민족과 유목민족의 차이는 농경과 유목만큼이나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한 쪽은 한 곳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이고 다른 쪽은 돌아다니며 더 좋은 초지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중략) ... 그래서 정주민족의 종교는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반면 유목민족의 종교는 다른 종교를 수용하고 포용하여 자기 것에 융합시킨다 ...'   -page 163 중 발췌

 

이런 종교와 문명의 발전 과정 속에서 아브라함으로부터 유대교가 시작되고, 조로아스터교로부터 유일신 사상을 받아들이며 보편신관을 확보한다. 당시 수메르 문명은 다산과 풍요의 신, 달의 신 등등 다양한 신들이 많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시대 아브라함이 어떻게 '하나님'을 섬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술된 바가 없다(본문에서도 '하느님이 아브라함을 선택했다'는 종교적 관점의 설명을 간단히 기술하고 지나간다).

 

유대교로부터 파생된 기독교(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시작과 갈등 등에 대해서도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한 편이다. 또한 인도의 힌두교, 브라만교, 불교의 발생에 대해서도 잘 기술하였다. 책 후반부에 '종교의 반목과 갈등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챕터가 있는데, 이 부분은 종교의 역사(종파 및 분쟁)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종교의 역사 뿐 아니라 종교의 교리 그 자체도 설명한다. 어느 정도 자세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어 이런 부분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 또한 좀 더 중립적인 표현을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예를 들면 "이 시기에 아브라함은 ... 하느님에게 선택받았다"라고 쓰기 보다는 "이 시기에 아브라함은 ... 하느님에게 선택받았다고 한다"라는 형태로, 각 종교가 주장하는 바를 전달하는 문법을 구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편 본문에서 인용한 자료의 출처를 밝히는 주석 중에 언론사 기사가 가끔 보인다. 언론사 기사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때문에 책에서 나오는 사실 관계(또는 주장)을 다른 루트를 통해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문구 하나를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프랑스계 유대인 문화인류학자 에밀 뒤르켕에 따르면, 원시시대 인류가 종교를 가진 이유는 자신의 부족이 속한 집단의 종교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믿는 종교는 종교 자체의 교리가 아니라 일종의 소속감이다. 그들이 믿는 것은 신이 아니라 같은 신을 모시는 집단성이다. "  -page 57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