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총, 균, 쇠

조조 맹덕 2020. 7. 12. 17:49

 

지은이   재레드 다이아몬드

옮긴이   김진준

출판사   문학사상사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저자가 뉴기니 친구로부터 받은 질문으로 책이 시작된다. 현대 지구상에서 패권을 쥐고 있거나, 경제대국의 위치에 올라있는 국가는 서유럽 국가들 또는 유럽인이 이주해 국가를 일군 북아메리카 국가들인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째서 이 국가들이 현재의 위치에 있고 다른 지역의 국가들은 그렇지 못했을까? 왜 과거에 어떤 국가, 민족은 식민 지배를 받았고 어떤 국가는 제국으로 발전했을까?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은 왜 유럽인에게 정복당하였고, 왜 그 반대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까? 각 지역마다 역사의 전개가 다르게 흘러간 것에 대해 역사학자들이 나름의 해석을 내놓은 바, 각 인종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인종차별주의적 주장(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높은 지능을 가지는 등, 선천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 또한 이 중 하나이다. 저자는 인종차별주의는 전적으로 잘못되었으며, 각 민족의 운명은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책 제목인 , , 는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의 수단이자, 상대적으로 앞선 문명을 상징하는 세 개의 대표적인 발명품을 지칭한다. (병균이 인류의 발명품은 아니지만)

 

한 지역이 다른 지역을 정복할 때는 보통 중앙집권적 체제 성립 이후 타 지역으로의 진출을 통한지역 점령의 형태가 된다 (물론 농경민이 수렵채집민의 땅을 빼앗을 땐 국가의 형태까진 아니었다). 중앙집권적 체제는 도시의 건설이나, 혹은 도시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인구가 수천 명에 이르는 촌락 사회가 형성되어야 한다. (책에는 이 촌락 체제를 추장 사회라고 하였다). 이는 그 지역에 많은 인구가 살아야 된다는 뜻인 바,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진 지역은 그렇지 못한 지역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가지게 된다.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지기 위한 필수 조건은 바로 식량 생산에 있었다. 초기 인류의 수렵생활은 생산량 확대에 따른 잉여 식량을 산출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인구도 제한적이었으며 전문화된 조직 또는 계층화된 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농업을 시작한 지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구 전체가 일하지 않아도 전체가 생존 가능한 수준의 식량 생산을 이루었고, 토기 등을 발명하며 잉여 식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수렵채집민과 달리 농경민 사회의 일부 인구는 식량 생산이 아닌 다른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기술적인 전문가 집단이 형성되었고, 일부는 정치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계층화, 중앙 집권화를 이루게 된다. 기술의 발전은 철기 시대를 열었으며 철기 문명의 대표 발명품은 총이다. 

 

1.     대륙 간 불균형의 원인

과거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원주민들은 모두 유라시아 대륙의 사람들에게 정복당하거나 쫓겨났다(아프리카는 완전 정복은 아니지만). 역사가 이렇게 흐른 것에 대해 두 가지 근원적인 원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째는 유라시아 대륙이 환경적으로 작물화 할 수 있는 야생 식물이 많아 식량 생산에 유리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가축화 할 수 있는 포유류가 많았다는 점이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 메소포타미아 문명,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와 중국 황하에는 다른 지역 대비 작물화 할 수 있는 야생 식물이 많았고 농경이 발생하기에도 유리한 환경이었다. 한편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한 지역에서 식량 생산을 위한 작물이 발견(개발)되면,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다(예를 들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서유럽으로). 이는 유라시아가 같은 위도 선상에 있었다는 점에 기인하는데, 비슷한 위도 상 동서로 늘어서 있는 지역들은 계절, 기후 등이 매우 비슷하여 농작물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빨랐다. 아메리카 대륙, 아프리카 대륙은 동서 축이 아닌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형태를 띄는데 이는 대륙 내 지역들의 기후, 계절 등 환경적 조건이 다름에 따라 농작물의 전파가 매우 더디거나 아예 전파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유라시아 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상대적으로 일찍 농업을 발전시킴으로써 많은 수의 인구를 형성하였고, 앞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모두 유라시아 대륙의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 

 

두 번째 중요한 환경적 요인은 가축화 할 수 있는 포유류가 다른 대륙 대비 유라시아 대륙에 많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가축은 인간에게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체였으며, 높은 인구밀도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ex.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등). 유라시아 대륙 사람들은 일찍이 이러한 균에 대한 면역 또는 저항력을 형성했고 다른 대륙의 원주민들은 저항력을 갖추지 못했다. 유럽의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할 당시, /칼 보다는 병원균(질병)으로 죽은 원주민 숫자가 압도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     유라시아 대륙 내에서도 유럽이 중국에 앞선 이유

『총, , 쇠』에서는 중세 이후 중국이 유럽에 뒤처진 이유를 통일에서 찾았다. 중국은 지리상 넓은 지역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ex. 높은 산맥)이 없고, 일찍이 문자가 발명되어 오래 전부터 정치적 통일이 지속되었다. 한편 유럽은 고대에서부터 만성적 분열을 유지하고 있다. 단일 국가의 정치적 통일은 초기에는 높은 이점을 가졌으나, 정치경제적 경쟁의 부재로 인하여 점차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 결국에는 기술적 낙후를 겪게 된다. 반면 유럽은 여럿 나라가 존재하며 상호간 견제와 경쟁을 지속하고 있었고, 이러한 경쟁은 기술적 혁신을 이루게 된다. 중국은 유럽보다 먼저 대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에 도달하였으나, 훗날 세력을 넓힌 것은 유럽이었다.

 

 

이제 한 민족, 국가가 상대적 우위를 지니기 위해선 어떤 부분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안다. 충분한 숫자의 인구, 필요한 부분에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중앙정부, 개방 경제, 적정 수준의 경쟁 수준 등이 그것이다. 현대 세계에서는 온 세상이 충분히 연결되어 있어, 개방 경제를 추구하는 국가라면 다른 지역의 기술 혁신을 곧바로 받아들여 기술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GDP로 대변되는 국내총생산은 한 국가의 전체 부(富)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잉여 생산량 및 투자여력 등 한 국가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정치체제는 국가 내 구성원들의 정치참여도에 좌우되며, 사유재산 인정 정도와 개인 자유에 대한 정도를 결정하며, 기업가 정신과 모험적 투자, 이를 통한 혁신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독립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50년 이상 각자의 체제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은 바, 이 책을 통해 한반도의 현 상황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떨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