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빈곤
저자 헨리 조지
옮기이 김윤상
출판사 비봉출판사
사회는 진보하는데 왜 빈곤은 늘어나는가? 과거에 비해 총생산은 늘었는데 빈곤은 왜 없어지지 않는가? 이런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탐구하여 근원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1879년에 집필을 완료하여 영미 두 나라에서만 그 당시 수십만 부가 팔렸고, 10여개 국 언어로 번역이 되었다고 한다. 상당히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책인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그닥 유명한 것 같지 않아 아쉬움이 들었다. 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토지사유제 철폐'이고 이런 주장이 공산주의적 느낌을 띄니, 이념에 민감한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해는 간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헨리 조지는 분명한 자본주의자이다. 토지에 대해서만 완전한 공동 소유를 주장할 뿐, 노동 및 자본의 대가에 대해선 완전한 개인 노력/위험 보상에 대한 대가를 인정한다. 토지사유제 철폐 주장은 생산을 위한 모든 자윤은 특정 개인의 소유로 귀속될 수 없다는 자연법에 근거하며, 이를 통해 부의 비정상적인 분배를 정상화시키고 최종적으로 인간 사회의 물질적/정신적 성숙과 진보를 달성하고자 한다.
책의 도입부에서는 생산의 3요소, 노동, 자본, 토지를 정확히 정의하고 넘어간다. 그 후 사회의 '빈곤'을 설명하는 기존의 학설을 검토하고 그것들의 한계를 언급하며, 기존 학설이 빈곤이 존재하는 사회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함을 입증한다. 그 뒤 생산의 3요소 중 '토지' 의 대가로 돌아가는 '지대'를 세금으로 징수하여 실질적으로 토지사유제를 철폐하는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 우리의 상황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자본/토지를 이용한 생산물이 우리 사회에서 분배될 때, '지대'로 대표되는 것은 임대료일 것이다.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아 폐업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영업장을 옮겨가는 노동자들이 실제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생산물(보통 돈) 중 노동/자본/토지에 돌아가는 적정 대가가 얼마일지는 모르겠으나, 과도한 임대료가 노동과 자본에 돌아가는 정당한 대가를 갉아먹는 것은 맞는 것 같긴 하다. 지대를 전부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과도한 '지대(또는 토지가치)'를 제한하는 정책을 분명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양도세의 형태든 또는 보유세의 형태든.
한편 토지사유제 철폐가 모든 토지를 '최저생산점의 토지가치'로 되돌릴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생산요소 중 하나로써의 토지가 아닌 '주거로서의 토지가치'는 그것대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산용도로의 토지가 있다면 주거목적으로의 토지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는 주거로서의 가치가 생길 것 같은데 이 점은 어떨까? 이 점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