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역사
저자 시드니 호머(Sydney Homer), 리처드 실라(Richard Sylla)
옮긴이 이은주
감수자 홍춘욱
출판사 리딩리더
화폐경제 하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금리'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개념을 모두 알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한 국가의 경제 상태를 조절할 때 기준금리라는 것을 쓰고, 이는 전반적인 시장 금리와 환율,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가계에서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할 때 조달한 자금에 대해 금리를 부담한다. 어느 경제를 진단할 때 시장금리를 확인하고, 기업의 신용 상태를 볼 때 금리 스프레드를 확인한다. 이처럼 금리란 것이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 역사를 짚어보고자 이 책을 골랐다.
책은 매우 지루했다. 주로 사실 위주로 적으며 '이러한 금리의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이런 움직임이 나왔는지' 같은 Implication은 거의 쓰지 않았다. 독자가 스스로 고민, 생각해보는 것도 좋긴 한데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역사적 사실과 데이터만 나열해도 책이 918페이지인데 이런저런 분석까지 추가했다면 이 정도 두께의 책이 시리즈로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인상적인 것은, 화폐경제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이미 '금리'의 개념은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선사시대의 고대인들은 종자를 이웃에게 빌려주고 수확기에 빌려준 것보다 많은 수의 종자를 되돌려받았다. 그 차이가 이자의 개념이 되는데, 물물교환 시대에도 이런 이자 개념이 있었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 뒤 문명이 발달하고 화폐경제가 시작되며 신용 활동이 활발해지고 다양한 금리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상공업의 암흑기라는 중세 시대에도, 농경을 기반으로 한 왕정 중국 등에서도, 사회주의를 표방한 소비에트 연방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신용과 금리는 없어지지 않은 걸 보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신용과 '금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현대의 국채시장과 같은 개념은 이미 18세기 유럽에 정립이 되어 있었다. 한 국가의 경제가 발달하고 안정될 수록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특징적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전시 상황에서의 채권시장과 금리 움직임이다. 전시에 금리가 많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 국가의 화폐가 여전히 교환 수단으로써 지속된다는 점은 의외였다. 물론 환율과 인플레이션으로 그 화폐 가치는 상당히 하락하겠지만 말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원화는 끝이고 실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막연히 있었는데, 그래도 전쟁으로 국가가 완전히 멸망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해당 화폐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완연히 없어지진 않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전시 이후 국가의 부채가 상당하여 이자 부담이 재정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거나 기타 부담이 큰 경우, 유럽 국가들의 경우 국채를 강제로 상각시키거나 다른 종류의 채권으로 강제 차환했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아는 것은 향후 투자를 할 때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 얼마 안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19세기 아니면 20세기인데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안 나지만 상당히 의외였다. 과거에는 왜 인플레이션이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 산업혁명 이전에는 잉여 생산물이 그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금본위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인지? 혹은 생산물에 대한 정부의 가격 통제 같은 것들이 있어서 그랬을까?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인 것 같다.